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초대기획전’을 개최하였습니다.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어 온 작가들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자 한 노력이었습니다.

이번 전시, ‘구도(求道)’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여는 작고 작가 ‘회고전’입니다. 작가의 생에 걸쳐 탄생시킨 작품들을 한데 모아 수고한 작가의 삶을 기리고 위로하는 자리이자,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의 마음도 위무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故 유영교 작가는 1946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60년의 삶을 살았습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소 전공을 했고, 조소/입체/설치 등의 작품으로 일관했습니다. 특별히 197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국회의장상, 1975년 동 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하며 명성을 쌓았습니다. 인체의 단순화와 소박함을 표현한 조형작품들을 제작했고, 종교를 초월한 작품활동을 통해 구도적 삶의 길을 걸었습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조선시대 공식 처형터였던 서소문 밖 네거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한 죽음의 형장이었던 곳에 조성된 복합문화시설입니다. 때문에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많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한편,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의 존엄함과 소중함을 성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천주교 성지로서 교황청이 인준한 아시아 최초 국제순례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기에 많은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장소성과 역사성을 갖고 있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구도(求道)’는 그 설립취지와 의미에 잘 부합합니다. 작가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표현한 작품들은 종교적인 소재주의를 넘어 보편적 진리에 다가설 수 있는 ‘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 주제의 작품들>, <구도자>, <열반> 등의 시리즈에 이르는 작품들은 인간의 삶과 아픔에 동참하려는 작가의 인류애(人類愛)를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서로 다른 종교적 소재를 통해 끝없이 주어지는 숙제와도 같은 삶의 ‘길’을 버티고 이겨낼 수 있도록 단아하게 제련된 작품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다양한 <얼굴>의 모습들은 자아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마주할 수 있도록 하며, <샘> 시리즈를 통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유영교 작가는 자신의 삶이라는 하나의 길에 놓였던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소박한 모습의 작품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각자의 생활 안에 주어진 작고 큰 장애물들도 어렵지 않게 흘려보낼 수 있으리라는 위안의 메시지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작가 자신이 걸었던 구도(求道)적 삶은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의 마음을 두드릴 것입니다. 혼자만의 것으로 숨겨두지 않고 나누고자 하는 작가의 진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치열하게 살았던 작가의 삶에 심심한 위로가 되길 바라고, 어렵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가 위안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